검단산행기
익어가는 가을을 그대로 보내기가 너무 아쉬웠었다.
누군가와 약속도 없이 그냥 혼자 길을 나선다는게 참으로 어려웠지만,
늙어가는 배짱을 한번 부려봤다.
혼자 잘 다니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만, 난 그게 정말 어렵다.
영화관도 혼자서는 못가겠구, 놀러가는 나들이도 혼자서는 영..어렵다.
외로움도 맘껏 누려보고, 산구경도 하고... 혼자서 산행을 하자고 다짐을 했었다.
수원시청앞에 일요일이면 산악회 버스가 주욱 줄을 서있는걸 봤었기에
토요일날부터 맘으로 준비를 했었다.
일요일날도 일찍 깼지만, 언제나 게으름 때문에 ..
시청앞에 갔더니 거의 다 버스가 떠나고, 친목단체에서 떠나는 버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8시 10분쯤 도착했는데..
도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디를 갈까? 집 가까운 광교산을 가볼까? 아님 내가
잘 아는 검단산을 가볼까?
오랜만에 드라이브 삼아 검단산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한번 가보는거야.
우리 땅끝까지 가볼수 있는 기름값이 있구 건강한 다리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거야?
혼자가면서 먹는것도 없으면 더 쓸쓸할거 같아서 먹는거도 오징어.초콜릿.김밥.커피.과자
골고루 다 챙겼다.
산입구에서 군밤도 한봉지 사구..
원래 산에 가면서 뭐 많이 가져가지 않는다.
밥하고 물하고 과일하고 과자하구.. 기본적인거만 가지고 갔는데..
산행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 그런거야.
우리 삶은 적당한게 정말 좋은거야.
너무 배가 부르면 배가 불러서 올라갈수가 없구.
너무 배가 고프면 기운이 없어 갈수가 없구
하느님께 가는 경로도 그런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부유하면 너무 풍족해서 하느님찾을 겨를이 없을것이고.
너무 가난하면 먹고 살기 너무 바빠서 하느님 찾을 시간이 드물 것이다.
성서에도 있는 말씀이지만 새삼 느껴졌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무 자아로 차 있든지,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면 하느님 찾을 겨를이 없을것이다.
외롭구 힘들어야지만 하느님을 찾는다...
그렇지만 너무 악으로 기울어져 있어도 하느님을 찾을수 없을것이다,
그나마 매일 그 쬐끔씩 운동을 했다고 ..정상까지 갈수 있었다.
맨처음 산행했을 때를 떠올려봤다
친구들과 갔을때.. 초입이라는데부터 숨이 찼었구..정상까지 가지도 못했었다.
물론 그 뒤로 산행을 자주 하면서 정상까지 항상 갔었지만. 요즘은 산행을 해본지 꽤 오래 됐던터라..
정상에서 맛보는 막걸리맛. 마늘쫑 두세조각과 멸치 한두마리.
그맛은 정말 기가 막혔었다.
마늘쫑도 깨끗이 씻은건지 아닌지 몰라도, 멸치도 국물내는 아주 싸구려 멸치라 해도 그맛이 얼마나 좋았던가?
그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정상까지 가야지 ..했다.
가보니 전에 팔던 그 장사는 없었다.
중간엔 상인이 있던데, 정상엔 없었다.
.......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가슴이 참 시원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것도 보이고.
불그스름한 빛갈의 산!
푸근해 보이기도 하고.. 참 기분이 좋았다.
..........
모처럼만에 산행을 하고 나니 무릎이 아팠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아주 뜨거운 물로 맛사지를 하고 잤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근데 문제는 어제 있었다.
수영장에 가서 풀어준답시고 더 열심히 했더니 어제 오후부터 장단지가 아프더니 오늘은 걸을수가 없는 지경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이렇게 사단이 난다.
이건 전에도 한번 경험했던건데..
풀어준답시고 그 담날 더 열심히 운동을 했더니 그보다 훨씬 더 아파졌었던 기억을...
이 다음부턴 이런 실수는 정말 하지 않아야지..
어제 련이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 마음으론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었다.
근데 다리가 정말 많이 아팠구. 감기 기운까지 있어서 오늘로 미뤘는데..오늘은 더욱 걸을수가 없어졌다.으이구!!!
돌아가시기도 하는 판국에, 엄살을 부릴수도 없구, 가긴 꼭 가야겠지만, 장단지가 아파서 가서 절이나 올릴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 :천불동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