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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젖은 자는

아침이2 2006. 5. 26. 09:15
: 희우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아름다운 느낌~

비오는 거리

사람은 상처의 동물.

처음엔 갑작스러운 상처에 당황하지만,
그 상처가 곪고 곪아, 짓물리면 짓물릴수록
똑같은 상처에 다시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당신은 이미 성숙했던 것이다.

이왕 상처를 받으려면, 흠뻑, 비에 젓듯이,
그렇게 상처받아야 한다.

그 흔적이 때론 삶의 힘이 될테니깐.

그 상처가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줄테니깐